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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일 : 13-10-05 19:09
먼 지
 글쓴이 : 정춘미 글라라
조회 : 1,108   추천 : 0  




지난 2013년 9월 25일 향년 68세로 영원한 청년으로 불리우던 작가 최 인호 베드로 선생이 타계 하였습니다. 그분을 마지막 보내 드리는 명동성당 장례미사에서는 배우 안성기 씨가 고별사를 하였습니다 . 고별사에서는 최 인호 선생이 성모병원 마지막 병상에서 쏟아내듯 토해논 말이 낭독 되었습니다. 이는 어쩌면 신앙인으로서 최 인호 선생이 하느님을 향한 무의식 중의 신앙 고백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.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.

      "먼지가 일어난다
      살아난다
      당신은 나의 먼지
      먼지가 일어난다
      살아야 하겠다
      나는 생명 , 출렁인다."

그분 마지막 말을 묵상 하노라면 마치 메마른 광야 저 끝편 지평선에서 지존하신 하느님께서 말을 타고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 오시는듯한 환영을 불러 일으킵니다. 사실 우리 모두는 흙에서 왔으며 흙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. 먼지에서 왔으니 먼지로 돌아가야 합니다 . 이는 어쩌면 먼지이신 하느님께로부터 왔다가 다시금 먼지이신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. 그렇다면 최 인호 선생의 마지막 말은 부활을 보았음을 말해 주고 있다고 봅니다 . 아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렇게 믿어야 할것입니다 .

그런데 이미 그토록 작은 먼지로 돌아가려 살아 생전 죽어라 작음을 실천하며 사셨던 성녀가 계셨습니다 . 이름하여 소화 데레사 성녀 ( 1873 - 1897 ) 입니다 . 무려 15세 때 프랑스 가르멜 수녀원에 입회하시어 24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시기까지 끊임없이 작아 지시려 했던 성녀는 수녀원에 입회한 지 한 달 후에 이런 편지를 씁니다.

" 당신의 어린 딸이 언제까지나 보잘것 없고 ,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, 오로지 예수님만이 보실 수 있는 작은 모래알로 남아 있도록 , 그리고 이 모래알이 점점 더 작아져 드디어 ' 무 ' 로 돌아가 버리도록 기도해 주세요." (편지 49 )
성녀는 먼지로도 하느님을 뵙는 것이 두려웠거나 부족했다고 성찰하였나 봅니다 . 결국엔 아무것도 없는 무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청했으니 말입니다 .

예수님께 극찬의 말씀을 들었던 겸손의 세례자 요한은 이렇게 고백하기도 합니다.
"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." (요한 3 , 30 )

사실 우리네 인생이 슬픈 것은 이게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. 만사에 주인공은 하느님이신데 내가 주인공 노릇을 하려 드니 ,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삶을 살고자 하니 , 인생의 시간과 삶이 그토록 헝클어지고 꼬여만 가고 , 그렇게 불평과 불만 , 분노가 쌓여 갔던 것입니다 .

" 겸손 (Humilitas) " 이란 라틴어 단어의 어원은 땅 (Humus) 이란 단어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. 겸손하고자 한다면 모름지기 땅의 겸손을 배워야 하고 땅으로 내려오신 하느님 , 예수님의 겸손을 본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. 내가 삶의 자세를 땅 바닥까지 낮추었을 때, 분명 시련의 화살은 내 머리 위로 날아가 버릴 것입니다 . 우리가 아무리 자신을 크게 보이려 해도 결국 우리는 땅으로 돌아갈 흙의 먼지일 뿐이란 극명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.오늘 그 사실을 작가 최 인호 선생은 분명히 우리에게 알려 주시고 떠나셨습니다.


      신 앙

      밤 하늘에 별들이
      아름답게 빛나는 것은
      지구에서 누군가
      착한 눈빛을 하고
      자기를 바라볼 것이라는
      믿음을 가졌기 때문

가을이 점점 깊어 갑니다. 그와 함께 하늘도 더 푸르고 맑아져 갑니다. 눈이 시리도록 청명한 이 가을에는 정말 착한 눈빛을 하고 모든 사물을 사랑으로 바라볼 일입니다. 그리하여 사라질 우리네 생이 사랑의 생이 되도록 말입니다. 더욱 아름다운 생이, 세월이, 시간이 되시길 기도 올립니다. 늘 행복하십시오 .

기쁜 솔모루에서 배광하 치리아꼬 신부


 
   
 
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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